정수년의 표현력은 매우 놀랍기만 하다. 절제된 표현 속에서 강력한 힘과 오랜 기간의 수련 속에서 표출되는 여유로움, 무한한 에너지가 꿈틀대는 깊은 소리는 그 누구도 근접하기 어려운 소리로 평가받고 있다. 그 소리의 바탕에는 그가 평생토록 좌우명으로 삼고자 하는 ‘마음과 소리의 일치된 조화’, 다시 말하자면 단순하게 들려주고 보여지는 소리의 겉모습이 아닌, 깊은 내면으로부터 얻어지는 진실된 소리의 울림을 길러내고자 하는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면과 더불어 그의 해금음악에서 중시되는 것은 ‘자연스러움’이다. 인위적으로 꾸며진 음악이 아니라 악곡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이야기를 지극히 자연스러운 선율로 이끌어 낸다. 이것은 그가 어린시절을 자연 속에서 보낸 것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그의 고향은 충청북도 영동이다. 그 곳엔 넉넉한 모습의 감나무가 많다. 그의 음악 속에 늘 고향 같은 푸근함이 있는 것은 그가 그 감나무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 곳은 조선시대의 악성으로 통하는 난계 박연선생의 고향이기도하다. 이러한 점은 그가 한국음악을 해야만 하는 소명을 이미 받고 태어났는지 모른다. 어릴 적 자연을 벗 삼아 산과 들, 나무, 하늘을 보며 생각하기를 즐겼던 그의 생활 속에 이미 자연은 그의 음악적 바탕에 커다란 감성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의 해금세계는 아름답게 창조된 자연과 음악을 조화시키는 면과 마음을 다해 음악을 표현해 내고자 하는 ‘진실된 소리세계’로 귀결된다. 정수년의 해금세계는 미래의 해금음악을 위한 작업으로 해금의 생명력 있는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서양악기와 해금의 결합을 통해 해금음악의 영역 확장을 의도함에 있어서 단순히 서양악기와 국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것을 넘어서 두 개의 이질적인 소리세계가 접속을 통해 이루어 내는 제3의 소리세계를 창조해내고 있다. 이는 21세기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음악의 특이성을 지닌 새로운 해금음악 장르를 형성하고 발전시키고자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